흡연자는 죄인이 아니다: 12조 원의 세금을 내고도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을 위하여 [사진=시사큐브,AI활용]
흡연자는 죄인이 아니다: 12조 원의 세금을 내고도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을 위하여 [사진=시사큐브,AI활용]

대한민국에서 흡연자로 산다는 것은 날이 갈수록 숨이 막히는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 내 간접흡연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지자체마다 관리사무소의 민원 처리 절차를 구체화하고 규약 준칙을 정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실제로 경기도의 자료에 따르면 도내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 접수된 간접흡연 관련 민원은 2022년 1만 7천 건에서 2025년 3만 건을 넘어설 정도로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다. 이웃 간의 갈등을 줄이고 살기 좋은 주거 환경을 만들기 위해 흡연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은 너무나 당연하고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우리는 한 번쯤 멈춰 서서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과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한 범죄자라도 된단 말인가. 만약 흡연 행위 자체가 그토록 씻을 수 없는 범죄와 악의 축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면, 국가가 마약처럼 사법적 수단을 동원해 유통을 전면 금지하고 처벌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국가 부처와 정부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담배라는 기호식품 속에는 국가 재정을 떠받치는 거대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반 궐련 담배 1갑(4,500원 기준)에 부과되는 세금과 각종 부담금은 무려 약 3,323원으로, 전체 가격의 74%에 달한다. 20개피를 태우는 하루 한 갑 흡연자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1년에 약 121만 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오롯이 세금과 부담금으로 국가에 납부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대한민국 전체로 확대해 보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연간 걷히는 담배 제세부담금은 약 11.7조 원에 이르며, 이는 국가 주요 세목인 '교통·에너지·환경세'나 '상속·증여세'와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는 거대한 세수 규모다.

구체적인 내역을 들여다보면 더욱 흥미롭다. 1갑당 부과되는 3,323원 중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들어가는 841원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각 지방자치의 일반 재정이 되는 담배소비세(1,007원), 교육 재정을 확충하는 지방교육세(약 443원), 그리고 국가 일반재정으로 흡수되는 개별소비세(594원)와 부가가치세(약 409원) 등으로 나뉘어 국가 운영의 구석구석을 알뜰히 채우고 있다. 흡연자들이 매연처럼 뿜어내는 기호의 대가는 곧바로 전국의 복지, 도로·교통, 환경, 교육, 지역 행정의 든든한 실탄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 땅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모두 사라진다고 가정해 보자. 연간 11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세수가 구멍 나게 되는데, 국가가 과연 이 막대한 재정 공백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있을까. 당연히 국가 운영을 위해 다른 명목의 세금을 신설하거나 기존의 세율을 끌어올려 부족분을 메우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평생 담배 연기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순수한 비흡연자들은, 흡연자들의 소멸로 인해 자신들에게 전가될 세금 인상과 부담 증가의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만족하고 기뻐할 것인가? 나라의 재정을 지탱하는 거대한 기둥 중 하나를 떠받치며 묵묵히 세금을 내고 있는 이들을 향해 무조건 손가락질만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모순적인 현실 속에서 흡연자들에게 주어지는 대우가 지나치게 가혹하고 일방적이라는 점이다. 국경을 조금만 넘어가 가까운 이웃 나라 일본만 보더라도, 길거리에서 무분별하게 담배를 피우는 대신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흡연을 즐길 수 있는 흡연 구역과 공간들이 도시 곳곳에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공존할 수 있는 물리적 완충 지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의 풍경은 어떠한가. 고개를 돌리면 어디를 가나 ‘금연’이라는 빨간 딱지와 경고 문구, 과태료 고지서만 눈에 띌 뿐, 정작 흡연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합법적으로 숨을 쉴 수 있는 ‘흡연 장소’는 도심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극히 희귀하다. 남들보다 몇 배나 많은 세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는 잠재적 죄인처럼 위축되어 구석에서 눈치를 봐야 하고,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과 혐오 섞인 표정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이것은 과연 공정한 사회의 모습인가.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물론 공동주택 내 흡연이나 간접흡연 피해가 이웃 간의 심각한 갈등을 유발하는 현상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흡연자들 역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억압과 ‘금연’이라는 구호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방식은 능사가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세금을 거둘 때는 거대 기부자 대우를 하면서, 공간을 마련할 때는 차가운 외면으로 일관하는 모순을 끝내야 한다. 흡연자들을 사회적 낙인으로 몰아세우기 전에,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이들도 최소한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길거리와 공공장소에 적절한 흡연 공간을 확충해 주어야 한다. 규제와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상호 배려가 숨 쉴 수 있는 공간, 그 균형 있는 정책의 묘를 발휘할 때 비로소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함께 살아가는 성숙한 주거·사회 환경이 완성될 것이다.